32 악마의 변호인, 반대 의견을 조장하라

거의 4세기 동안 로마 가톨릭교회는 성인의 반열에 올릴 사람을 결정하기 위해 아드보카투스 디아볼리advocatus diaboli, 즉 '악마의 변호인devil's advocate' 에게 의존해왔다. 그는 성인 후보자의 모든 부정적인측면을 조사하고 그 결과를 교회 측에 보고했다. 이 관행은 거룩하고합당한 방법으로 받아들여졌다. 이는 악마의 변호인의 손을 빌려 보다정확한 정보를 입수하고 다양한 관점을 통해 보다 더 빈틈없는 의사결정을 내릴 수 있다고 믿었기 때문이다.

비즈니스에 몸담고 있는 사람이라면 '비즈니스'와 '성인'은 어울리는 단어가 아니라고 생각할 것이다. 그러나 회사의 관리자들은 악마의 변호인' 관행에서 가치 있는 교훈을 배울 수 있다. 팀의 모든 구성원들이 단번에 어떤 이슈에 동의하는 것처럼 보일 때, 다른 생각을 말해보라고 한다면 의외로 괜찮은 효과를 거둘 수 있다. 특히 관리자가그룹싱크(집단의 부실한 의사결정)와 집단 양극화가 얼마나 치명적인지 알

고 있다면, 이 방법은 다른 어떤 방법보다 유용하다. 집단양극화란 논의를 거듭할수록 집단 내 다수의 의견이 점점 더 극단으로 치닫는 현상을 말한다.

그동안 사회심리학자들은 집단의 만장일치를 깨뜨리는 반대자가 한 명만 있어도 집단 내에 창의적이고 복잡한 사고를 활성화시키기에는 충분하다고 생각했다. 그러나 실제로 반대자의 본질에 대한 연구는 전무하다시피 하다. 여기서 한번 생각해 보자. 비슷한 생각을 갖고 있는 집단의 문제해결능력을 향상시키는 데 있어서 악마의 변호인(즉 가짜 반대자)은 진짜 반대자보다 더 좋은 효과를 가져올까? 아니면 그 반대일까?

사회심리학자 찰란 네메스Charlan Nemeth 연구팀에 의하면, 진짜 반대자가 악마의 변호인 역할을 맡은 사람보다 창의적인 문제 해결을 더 자극하는 걸로 나타났다. 즉 대다수 구성원들은 진정한 반대자의 주장과 입장을 더 원칙적이고 타당한 것으로 받아들인다는 점이다. 악마의 변호인이 취하는 태도는 단지 반대를 위한 반대처럼 보인다. 대다수 사람들은 진짜 반대하는 사람과 마주치게 되면, 그 사람이 왜 그렇게 열심히 반대 주장을 펼치는지 이해하려고 노력한다. 그 과정에서 그들은 문제를 더 잘 이해하게 되고 보다 넓은 관점에서 생각하게 된다.

그렇다면 이 연구 결과는 결국 악마의 변호인 관행이 시대에 맞지 않는다고 말하는 것일까? 1980년대에 교황 요한 바오로 2세는 가톨릭교회에서 이 관행을 더 이상 따르지 않기로 했다고 공식 발표했다. 실제로 악마의 변호인의 존재는 기존 입장에 대한 믿음을 약화시키기보다 오히려 강화시킬 것이라는 주장도 있다. 아마 그 이유는 그들이 모든 가능한 대안을 고려했고, 그 대안들의 기각이 타당하다고 믿기 때문일 것이다. 그러나 악마의 변호인이 꼭 나쁜 것만은 아니다. 이를 통해 대안적인 아이디어와 관점 및 정보에 주의를 환기시키는 것은 유익하다. 구성원들 대다수가 그 대안들을 열린 마음으로 대한다면 말이다.

리더들이 취할 수 있는 최선의 조치는, 다수의 의견에 공개적으로 반대를 표할 수 있는 업무 환경을 조성하고 유지하는 것이다. 그렇게 하면 복잡한 문제를 혁신적으로 해결할 수 있는 방법이 의외로 쉽게 나올 수도 있다. 또 직원들의 사기도 올라갈 것이고 결과적으로 이 모든 것은 수익 증대로 이어질 것이다(단, 반대에는 논리가 있어야 하고 개인적인 감정이 섞여서는 안 된다). 결정의 지속력과 파급력이 커질 수 있는 상황에서는, 진정한 반대자를 찾는 문제를 정말로 신중하게 고려해야 한다. 잘못된 방향으로 가고 있을 때 똑똑한 사람이 나설 수 있는 분위기라면, 진짜 귀중한 의견을 들을 수 있을 것이고 결과적으로 가장 합리적인 결정을 내릴 수 있게 된다.

-설득의심리학2로버트치알디니 호감의 법칙_끌리는 사람을 따르고 싶은 이유 중-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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